국무총리서리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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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3   2016.03.3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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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시론 제38호는 관리자가 법률신문 제3102(2002.8.29)에 기고한 칼럼을 전재한 것임을 밝힌다.

 

(목요일언) 국무총리서리제 유감

 

석종현 단국대 교수

 

지난달 31일 장상 국무총리 서리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이후 총리대행의 임명과 총리서리의 지명을 놓고 정부와 법학자들의 법리 논쟁이 뜨겁게 벌어진 바 있다. 법학자들은 총리서리임명은 위헌이기 때문에 정부조직법 제22조의 규정에 따라 총리직무대행 체제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언론 역시 서리제의 법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조를 줄기차게 보도하기도 하였으나, 정부는 장대환 국무총리 서리 지명으로 대응하였다. 이에 따라 국회는 26·27일에 국무총리 서리 청문회를 열고 28일에는 장서리 임명동의안에 대하여 표결을 행하게 된다.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은 장서리가 임명동의를 받을 수 있을런지에만 쏠려있고, 법학자들이 제기한 서리제의 위헌문제와 위법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 최근 며칠 사이에 국무총리서리제가 지닌 위헌성과 위법성이 해소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를 지켜 보아야만 하는 법학자들의 심정은 참으로 참담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 역시 법학교수이기 때문에 마찬가지인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법학자의 법해석에 관한 견해와 법리들이 무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헌법학자들의 헌법해석이론과 행정법학자들의 실정법 해석에 관한 이론과 법리들이 현실적 문제해결을 위해 활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이들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언제까지 정치논리에 법논리가 무시당하는 현실이 지속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러고서도 정부는 법에 의한 지배의 원리를 실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 공법학도들은 합헌적 법치주의의 실현을 강단에서 강의하고 있으나, 젊은 법학도들마저도 사법시험 합격에만 관심을 기울일뿐 법적 정의나 합헌적 법치의 의미를 깊게 탐구함에는 매우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법학은 강단법학 또는 수험법학 내지는 고시법학이라는 자조적 비하를 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사법시험 수험생들이 기본서로 공부하는 것도 기피하고 문제집이나 판례집 등을 중심으로 시험합격의 요령 위주로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 수험가의 정평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식의 공부를 한 수험생들이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에 진입하고 있으니, 우리의 법조문화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자명하다 할 것이다. 이처럼 법학계와 법학도들이 법학의 권위를 잃게 하는데 앞장 서고 있으니, 위정자들이 국무총리서리제 관행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며, 그것은 우리 법학도들이 만든 자업자득의 소치라고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오늘날과 같은 전문화 시대에 있어 전문성을 상호존중하는 인식의 확산은 국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매우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법률문제나 헌법해석의 문제라면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인 헌법학자나 행정법학자들에게 맡겨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논증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비전문가가 법률전문가인 것처럼 헌법해석 또는 법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무총리서리제의 경우도 그것이 지닌 위헌성 또는 합헌성 여부에 대하여 그 분야의 전문학술단체인 韓國公法學會의 의견을 들어 보는 것이 순리였다는 생각이다. 이 경우 공법학회의 공식적 견해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되는 것이고, 그 견해를 누구나 존중한다면 소모적 논쟁은 불요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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